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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에 사진관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장애인 사진관이라는 소식을 듣고 자폐증 딸이 있는 가족이 사진관을 찾았다.

예상대로 쉽지 않은 일의 연속이었다.

낮선 곳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는 사진관에 들어오기를 거부했고, 한참을 지나 어렵게 들어온 사진관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조명 앞에 서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조명 앞 흰 배경에 서 있다고 사진을 찍을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아이는 카메라 속에 머무를 생각이 없었다.

포기하자고 말하는 부모에게 초보 사진가는 이유 없는 미안함을 느꼈다.

 

그때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보정이었다.

엄마와 비장애 남동생을 먼저 찍고 아빠가 비누풍선으로 딸아이의 관심을 끄는 장면을 찍어 합성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바라봄의 보정은 다양한 마술을 부린다.

before.jpg

이 사진이 어떻게 바꼈을까요?

after.jpg

여러 장을 찍어 제일 좋은 표정을 모아 합성한 줄 모르는 장애인 시설 선생님은

"어머 어떻게 우리 친구들이 모두 카메라를 보고 있죠?

 

오른쪽 눈을 복사하고 방향을 바꿔 감겨진 왼쪽 눈 위에 덮은 줄 모르는 친구는

"어떻게 제가 두 눈을 다 뜨고 있죠?"

 

입을 다물지 못하는 아이가 맘에 걸렸던 엄마는

"우리 아이가 입 다문 순간을 잘 잡으셨네요."

 

나이가 든 이후 처음 사진을 찍는 할머님들은

"얼굴이 고와서 시집가도 되겠네."

 

보정의 마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진 속 주인공들은 마냥 신기해한다.

디지털 사진이 보편화되면서 보정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다.

사진에 털끝만큼도 손대는 것이 싫어 전시사진 인화를 테두리까지 하며 순수성을 강조하는 작가들, 디지털 시대에 보정은 기본이라며 찍는 것보다 보정을 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편을 들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찍는 사진은 사진 속 주인공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마법의 기술 ‘보정’은 중요한 도구이자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작은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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